[시대일보]“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찰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가운데 가장 강하게 회자되는 말이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소신껏 수사하려다 한직인 여주 지청장으로 좌천돼왔던 윤석열 대통령이 그해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한 의원이 “당신은 채동욱 검찰 총장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의하자 윤 대통령이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댓글 수사의 압력을 인정했다.
이 말의 파장은 대단했고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같은 강골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고 이어 검찰 총장으로까지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총장이 되어서는 문 대통령이 아끼는 조국 민정수석과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수사를 했고 마침내 법무장관에 임명되었음에도 낙마시키는 바람에 청와대는 물론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그래서 청와대와 민주당, 특히 추미애 법무장관과 긴장이 높아졌을 때 검찰 총장으로서 국회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검찰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 장관에 맞섰다. 결국 총장직에서 밀려났지만, 이런 공의롭고 소신 있는 그의 행보로 국민들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득표율 48.5%.
거의 50%에 가까운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지금 지지율이 20%대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윤 대통령에 투표했던 20%는 어디로 갔을까? 등을 돌린 20%는 왜 마음을 바꿨을까?
한·미 동맹을 강화했고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도 풀고, 체코에 24조 원 원전 수출의 업적을 이루었는데 왜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것일까? 거기에는 깔끔하지 못한 김건희 여사의 처신도 있을 테고, 일련의 인사에 보여준 공정성에 대한 실망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와의 보이지 않는 균열도 지지자들 눈에는 마뜩잖게 작용했을 것이다.
왜냐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철학이라면 그 철학은 한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세간에는 한 대표가 의료 분쟁 등 대통령과 다른 정책을 제시한 때문에 당 지도부와의 만찬도 취소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난 8일에는 한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은 배제한 채 친윤(尹) 최고위원들만 불러 관저에서 만찬을 했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만찬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한 대표는 몰랐다는 것에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 분열에서 온다. 또한 내부 분열은 차기 정권 창출에도 실패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균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가 포옹하는 모습을 보이며 윤석열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것을 두고 여당은 ‘방탄 동맹’이라고 비판했지만 왜 윤 대통령은 ‘동맹’을 멀리하고 ‘나 홀로 길’을 가려 할까?
사실 문 전 대통령의 다혜 씨, 그리고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그를 지지했던 보수층에서 일부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만은 수사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 출범이 2년이 지났는데도 왜 이렇게 ‘완행열차’냐는 것이다.
물론, 문 전 대통령은 지방 지청장에 있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그리고 검찰 총장으로까지 이끌어주었으며 마침내 대통령이 되는 찬스를 갖게 했다는 인간적 인연이 있다.
그것이 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미쳤을까? 하지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철학이 빛을 발휘하려면 과거 보여주었던, 그래서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던 단호함과 공정이 보였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집 나간 20%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며 공의롭게 몸을 던졌던 그 시절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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