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내리던 비가 아침에는 그치고 쾌청한 날씨가 시계를 넓혀주어 멀리 남산 타워 까지도 선명히 보이는 날씨다.
어제 밤만 해도 바람도 불고 비가 꽤 많이 내려 오늘 골프를 걱정하였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 컨디션이 만점이다. 오늘 잘하면 일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박사장 권사장 김사장 얼굴을 떠올려 본다. 너희들 오늘 죽었다.
골프장에 도착하여 준비를 끝내고 티 박스에 가보았더니 경기도우미 아가씨가 웬만한 탈렌트 뺨치게 이쁜게 아닌가. 나이도 너무 어리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않은 20대 후반 쯤 되어 보였다. 게다가 처음부터 상냥하기가 그지없다.
날씨 좋고 컨디션 좋고 도우미 까지 좋아서 일까 첫 홀부터 드라이버가 엄청난 거리로 날라 가면서 버디다.
둘째 홀도 버디. 정말로 일내는 것 같았다. 옆에서 도우미 아가씨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정말로 대단하시다고 연신 힘을 돋아 준다. 동료들은 주눅이 들었는지 연신 헤매고 내 골프는 거칠 것이 없었다. 예쁜 도우미 아가씨는 연실 방실거리고, 주머니는 연신 돈이 들어오고, 이 어찌 환상의 골프가 아니랴.
도우미 아가씨는 자기 직업에 얼마나 충실하게 일하는지 퍼팅라인을 정확하게 보아 줄 뿐만 아니라 코스를 손바닥 같이 파악하고 있어 “이 홀은 슬라이스 홀이니 좌측 나무를 겨냥하고 티샷을 하세요.” “이 그린은 뒤 쪽이 내리막이라 뒤 쪽에 떨어지면 흘러 내려 오버가 되니 중앙 보다 짧게 치세요.” “이 홀은 야드표지목이 5미터쯤 짧게 표시되어 있다”는 등 골프 치는데 필요한 온갖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 하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빛이 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이제까지 평생에 만나본 경기도우미 중에 최고의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18홀이 끝났을 때는 일곱 개의 버디에 노보기, 7언더, 평생 최고 기록과 타이 기록이다. 일행들은 전부 초토화 됐고 다음부터는 같이 골프를 않겠다는 등 공갈 반 진담 반으로 협박한다. 적당히 뽀지를 나누어 주면서 내가 실수를 하였노라고 미안하다고 말로 달래어본다.
옆에서 오늘 종일 예쁜 미소로 나를 격려하고 방실거리면서 일행의 골프를 즐겁게 해주었던 도우미 아가씨가 나를 살며시 옆으로 불러 세우더니 “선생님께 저녁을 사 달라고 해도 될 까요?” 하고 묻는다. 야호! 이 무슨 횡재. 이렇게 예쁜 아가씨와 같이 저녁이라니 아마도 내가 간밤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용꿈이라도 꾸었나 보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음식은 맛도 일품이었다. 까브네쇼비뇽 이라는 좋은 와인을 곁 드린 식사는 사뭇 즐거웠으며 나누는 대화도 그렇게 호흡이 맞을 수가 없었고 말 마디 마다 유머가 깃들어 있어 식사 내내 즐거운 대화가 이루어 졌다.
와인을 마시고 발그스레 취기가 오른 그녀의 얼굴은 가히 고혹적이었고 20대 후반의 아가씨의 매력을 물씬 발산하고 있었다.
마신 와인 양이 꽤 되어 대리운전기사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주저하며 말을 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선생님이 저를 이상하게 볼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운전 하실 수 없으시니 옆에 있는 호텔에서 잠깐 쉬다 가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말을 계속 이어 갔다. 저는 20대 초반 나이에 아주 열렬한 사랑을 하다가 사연이 생겨 헤어지게 되었노라고 하면서 그 때 그 남자에게 모든 걸 다 바쳤기 때문에 동정녀는 아니지만 그 이 후에는 어떤 남자와도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오늘만은 선생님과 같이 있고 싶다는 것이다.
속으로는 야호를 외쳤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고 미안한 마음도 들어서 그 마음은 고맙지만 어른으로서 사양해야 되는 것 같다고 힘들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늘은 선생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해 달란다. 나 또한 그녀의 술기가 오른 매력적인 모습을 보면서 남자로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침대에서의 그녀는 풋 아가씨를 벗어난 성숙한 육체에 감미로운 살결을 갖고 있었다. 생애 처음일 것 같은 꿈결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둘은 감미로운 잠에 잠시 빠졌다.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지갑에 든 돈 전부를 꺼내서 아가씨에게 내밀면서 돈을 준다는 것이 미안하지만 내가 선물을 사줬다고 생각하고 옷이라도 한 벌 사라고 했더니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이러시면 자기가 부끄러워 지니 돈을 집어넣으란다.
그러면 연락처라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오늘 이 시간은 두 사람에게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며 이 순간 이후에는 서로 잊고 지내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다음에 골프장에서 만나더라도 그저 처음만나는 손님과 도우미로 만나 달라는 것이다.
오늘 선생님과 저녁을 같이하고 이렇게 호텔까지 오게 된 것은 선생님이 옛날에 헤어진 그 남자와 너무도 많이 닮았고 오늘 골프를 치는 것을 보면서 스코어보다도 매너와 골프에 대한 열정에 반해서 저녁이라도 같이 하고 싶다 생각한 것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하면서 웃는다.
아쉬움을 달래면서 호텔 문을 나서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마누라가 도끼눈을 뜨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다.
“아냐. 난 절대로 아니야!” 하고 소리를 치는데 갑자기 꿈이 깨었다. 잠깐 사이에 얼마나 놀랐는지 이마와 등판에 식은땀이 송송 베어 있었다.
어이구 망할 놈의 마누라! 한 시간만 늦게 나타나지 하필이면 그 때 나타나서 그 좋은 기분을 다 버리게 할께 뭐람. 어휴~~~ 마누라는 항상 웬수라니까 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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