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사설] 변호사를 통한 ‘비공개 사과’ 진정성 느낄 수 있겠나.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7/31 [09:00]

[사설] 변호사를 통한 ‘비공개 사과’ 진정성 느낄 수 있겠나.

시대일보 | 입력 : 2024/07/31 [09:00]

[시대일보​]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여사 법률 대리인 최지우 변호사를 통해서다. 최 변호사는 지난 25일, 김 여사가 20일 검찰 조사를 받는 자리에서 검사들에게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 송구스럽다.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도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심정을 드러낸 것을 법률 대리인이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조사받은 지 닷새 만에 변호사가 이를 공개하고 대통령실이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 부인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기대치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굉장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 부인이 헌정사 최초로 대면 조사를 받았다. 건국 이래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수사에 협조한 적이 없다”는 말도 했다.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로 입방아에 올랐다. 검찰 소환 조사는 검찰청사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고 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 부인들도 모두 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은 것을 두고 헌정사에 길이 남을 결단인 것처럼 말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김 여사의 소환 조사는 주가조작 관여 의혹으로 고발된 지 거의 4년 만에, 명품 백 사건은 7개월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조사도 늦어진 터에 제3의 장소에서 야당의 주장처럼 검찰을 소환해 조사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여기에 더해 김 여사의, 변호사를 통해 알려진 ‘비공개 사과’는 늑장 조사와 맞물려 국민의 법 감정을 들끓게 하고 있다.

 

때를 놓친 사과는 의미가 반감된다. 또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은 사과는 하나 마나다. 김 여사의 명품 백 사건은 친북 인물과 친야 유튜브가 기획한 ‘함정 몰카 공작’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것 자체는 매우 부적절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사과는 직접 했어야 했고, 무엇보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바로 했어야 했다. 그런데 시기를 놓친 것도 모자라 ‘비공개 사과’라니 이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처사다. 변호사를 통해 알려진 ‘비공개 사과’를 두고 김 여사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었다면 검사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하는 것이 옳았다. 그런 점에서 김 여사의 사과는 타이밍도 장소도, 방법도 모두 틀렸다. 그것을 굳이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상황도 이해하기 어렵다. 긁어 부스럼이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가뜩이나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이 큰 두 의혹에 대해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조사방식에서부터 논란이 제기되면서 당장 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지, 한 점 의혹 없이 털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서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공개 사과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습관적인 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되는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국정 동력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선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와 검찰 조사를 통한 의혹 해결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제3의 장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나 변호사를 통한 ‘비공개 사과’라니, 김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