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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기 신도시 재건축, 백년 주택·천년 도시로 만들려면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7/19 [09:00]

[사설] 1기 신도시 재건축, 백년 주택·천년 도시로 만들려면

시대일보 | 입력 : 2024/07/19 [09:00]

[시대일보​]1기 신도시 재건축,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군포(산본)·안양(평촌)·성남(분당)·고양(일산)·부천(중동) 주민들이 재건축을 가장 먼저 진행할 선도지구 공모 준비에 한창이다. 지구별 추진위가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신도시 주민 모두 경쟁이다. 단지별 또는 통합 단지별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월 25일 각 지자체가 시범사업장이랄 수 있는 선도지구 선정 공모를 발표하면서 주민들이 구성한 추진위에서 공모 동의서를 받고 있다. 오는 11월 선도지구 선정을 앞두고 9월까지 공모신청서를 접수한다. 선도지구는 주민 참여도와 정비 시급성, 지역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는데, 선도지구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높은 배점이 주민 동의 여부다. 전체 100점 만점 중 주민동의율이 95% 이상이면 60점을 받을 수 있다. 주민들이 재건축을 원하는지를 판단하고 주민 스스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주민 동의율이 정비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노후 신도시의 주거환경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선도지구를 두고 지자체별로 다른 가점 항목을 놓고 특정 단지에 유리하다거나 공공시행을 유도한다는 등의 잡음이 일었다. 또 막상 선도지구에 선정되더라도 공사비 증가로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와 통합 재건축에 따라 단지별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사업추진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도시 주민 개개인 전체의 이해관계와 재산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그렇다.

 

여기에 순차적 재건축을 하더라도 저소득 노인세대의 재정착률을 높이고, 이주단지 조성 과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셋값 상승과 부동산 과열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신도시마다 집값이나 사업성 등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차별화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가 모든 주민에게 장밋빛 기대감을 높여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기 신도시는 30년 전, 주택공급 200만 가구 정책으로 급조된 도시다. 서울의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서였다. 자족 기능보다는 주거 기능을 주로 수행하는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했다. 30년이 지나면서 층간소음과 주차난 등 열악한 주거환경과 아파트 내부 시설 노후화로 주민불편이 가중됐다. 특히 내진 설계 없이 조성된 도시로 취약한 안전성 문제로 재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기존 법률로는 어려웠다. 이에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사업추진이 가능토록 했다. 안전진단 면제와 통합심의로 절차 간소화, 용적률 상향 등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개선한 것이 주요 골자다.

 

선도지구는 전체 대상가구 26만7천 가구의 10~15% 수준으로 분당 8천 가구, 일산 6천 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천 가구 내외를 선정한다. 선도지구에 선정되면 특별정비계획을 수립·지정하고,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 계획수립, 2027년 이주, 2030년 입주가 목표다. 빠듯한 일정은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내년 이후에도 일정 물량을 선정·추진한다지만 주민들은 ‘다음 재건축’은 기약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 당초 용적률 최대 450%까지라는 장밋빛은 수치에 불과하고 최대 350%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도지구에 선정되더라도 재건축이라는 정비사업은 오래 걸린다. 난관도 많다. 보통 10년은 기본이다. 아무리 통합심의로 단축한다지만 절대 기간이 있다. 공사 기간 4년, 이주철거 1.5~2년, 건축 심의와 교육환경평가, 교통영향평가, 사업인가 등에 1.5~3년, 분양신청·관리처분 1~1.5년이 걸린다. 이들 절차 중 공사 기간과 이주철거, 분양신청, 관리처분 등의 기간은 시행 주체 여부와 관계없이 기간 단축이 어려워, 목표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스마트시티·미래모빌리티 등 도시기능을 높이며, 자족 기능을 강화한 도시재창조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까지 드러난 우려와 염려를 치유하고 질서 있고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겠다.

 

30년 후에 또 뒤엎을 건가. 백년 주택, 천년 도시를 건설하려는 고민을 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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