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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 없는 민주당, ‘국민’ 없는 국민의힘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7/11 [09:00]

[사설] ‘민주’ 없는 민주당, ‘국민’ 없는 국민의힘

시대일보 | 입력 : 2024/07/11 [09:00]

[시대일보]거대 양당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실망스럽다.

 

사실상, 선거가 없어진 민주당에는 “이재명의 변호인이 되겠다”는 등의 충성 경쟁만이 있을 뿐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 상태이며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배신’ 논란에 이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으로 시끄럽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 양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자화상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라니 자괴감마저 든다.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연임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사실상 이 전 대표 추대 대회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전당대회는 당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선택을 받는 정당 최고의 축제이자 무대이다. 민주 정당에 단 한 가지 비전만이 있을 리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데 민주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경쟁 자체가 없다.

 

김두관 전 의원이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겠다”며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해 가까스로 전당대회가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지만, 이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지지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이 얼마나 지지를 받게 될지 미지수다. 오히려 구색맞추기 들러리에 불과할 뿐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전 의원은 "1인 독주를 막지 못하면 민주당의 위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이재명 전 대표를 직격하면서 "우리 민주당의 장점은 다양성과 역동성인데 이런 점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살려내지 않으면 2년 후 지방선거, 3년 뒤 대선에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 전 대표의 압승이 예상된다. 김 전 의원의 출마가 들러리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김 전 의원은 득표율 20%를 목표로 선거운동에 나서겠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만일 김 전 의원이 선전해도 여진이 있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고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도 “지금 (전당대회에) 나가봐야 (이 전 대표) 들러리 서주는 것”이라면서 전당대회가 특정인 추대 대회가 됐다고 한탄했다. 앞서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 전 대표가 낙점한 친명 박찬대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나서는 이들은 온통 이 전 대표를 향한 아첨만 늘어놓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지난 8일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곁을 지키는 수석변호인이 되겠다”고 했다. 또 전날 출마를 밝힌 이언주 의원도 이 전 대표에 대해 “대선 후보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 그 자체로 공격할 태세다.

 

이 밖에 “이재명 집권플랜본부장이 되겠다”(김민석 의원),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강선우 의원), “당원이 주인인 정당 만드신 이재명 대표님”(한준호 의원) 등 최고위원 후보 10여 명 모두가 연일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느 누가 최고위원 5명에 뽑힌다 해도 민주당 새 지도부는 철저한 ‘이재명 친위대’로 전락하게 돼 ‘일극 체제’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4명의 당권 주자가 나선 국민의힘 상황도 국민에게 실망을 주기는 매일반이다. ‘윤심’ 논란에 이어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으로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럽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 모습은 민심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어서 당황스럽다.

 

한쪽은 마치 중국이나 북한처럼 선거마저 실종된 추대 형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르려 하고 다른 한쪽에선 정강이나 정책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상대를 헐뜯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어느 쪽도 ‘민주’나 ‘국민’을 입에 올리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정치에 대한 혐오만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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