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최재천(崔在天) 교수는 동물행동학자로 유명하다.
특히 그의 개미 여왕 이야기는 재미있다. 여왕개미가 다른 여왕개미의 침략을 받으면 주변의 여왕개미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서로 연합을 이루어 침략을 물리친다. 그러면 개미의 세계는 연합의 정신으로 평화를 이룰까?
아니다. 그렇게 외침을 물리친 세력끼리 연맹을 맺는 것이 아니라 승리의 자축연을 열 때 여왕개미 가운데 가장 많은 일개미를 가진 측에서 모사를 꾸민다. 그리고는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숨 가쁜 공작이 전개된다. 이 사실을 확인한 여왕개미가 명령을 내리면 일시에 다른 여왕개미들을 공격하여 죽여버린다. 그중에는 여왕개미의 몸에서 태어나 충성을 다하던 일개미도 어미를 죽이는 일에 가담한다. 연맹도 그때뿐이고 전쟁이 끝나는 날 비정하게도 자신을 도왔던 동맹의 수장도 없애버리는 것.
이것이 개미의 세계에만 있는 것일까?
지금 국민의 힘 당 대표 선거운동이 치열하다 못해 위험 선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왕개미들처럼 ‘친윤’ ‘반윤’ ‘반한’ ‘친한’으로 갈라져 싸운다. 현재 상황으로는 여론에 앞서가는 한동훈 후보에 대해 나경원·윤상현 후보의 협공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밖에도 링 밖에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한동훈 협공에 저급한 용어를 동원하며 지원 사격을 가하고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한동훈 후보에 퍼붓는 공격은 ‘배신’.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의 문자 쇼크.
지난 총선 때 ‘국민의 눈높이’를 들어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사이에 민감한 국정 문제에 이견을 보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그리고 아직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후보는 ‘나는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쯤에서 경쟁 양상을 보면 ‘정치’라는 것의 속성이 개미들의 세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배신’하면 떠오르는 용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위 ‘배신의 정치’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때 모 후보는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때는 도민이 원하면 민주당에 입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총선 때는 당시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한 팀이 되어 열심히 뛰었을 때 두 사람의 밀착된 모습이 진솔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이 나라 젊은 정치인으로 발전해 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후보 측은 이와 같은 집중 공격은 공한증(恐韓症)의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원래 공한증이란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 앞에 서기만 하면 두려움에 떤다는 뜻.
그래서 한동훈 캠프 측은 아무리 공한증에 시달려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며 전당대회가 축제가 돼야 하고 새 에너지를 창출할 계기가 돼야 하는데 이렇게 분열의 장으로 만들어야 되겠느냐고 한다.
사실 지금 국민의 힘이 전개하고 있는 전당대회는 국민들에게 우려를 준다.
여왕개미의 나라처럼 어떻게든 동맹을 맺어 이겨놓고는 그 자리에서 다른 여왕개미를 쳐내는 잔인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우뚝 서는 정당, 역시 국민은 스마트한 축제를 바라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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