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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지연 노린 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 유감(遺憾)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7/05 [09:00]

[사설] 재판 지연 노린 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 유감(遺憾)

시대일보 | 입력 : 2024/07/05 [09:00]

[시대일보​]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대상 검사 4명을 국회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 후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견 없이 의결했다”며 “국회가 가진 탄핵권으로 검사의 불법적 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후 열린 본회의에서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며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열린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했다. 법사위에 회부된 탄핵소추안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방식을 준용해 적절성을 따진다. 탄핵 대상 검사들은 국회에 나와 정청래 위원장 등 야당 법사위원들의 공개추궁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민주당이 법정을 국회로 옮겨 피고인(이 전 대표) 자신이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 역할을 맡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 사유를 보면 강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의 명예훼손죄 직접 수사를 금지한 검찰청법을 어겼다는 이유다. 김 검사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게 모해위증을 교사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엄 검사는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때 한 전 총리를 모해할 목적으로 재소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고, 박 검사는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검사에 대한 탄핵은 이 전 대표의 ‘방탄 탄핵’ ‘보복 탄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 검사와 엄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박 검사는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불법 송금 사건을 수사했다는 점 때문이다. 김 검사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했다. 공교롭게도 탄핵 대상 검사 모두가 이 전 대표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했거나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했다는 점에서 무리한 탄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특정 정치인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에 대해 보복적으로 탄핵이라는 수단을 내거는 것은 탄핵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으며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날 대검찰청 기자실을 방문해 “이 전 대표를 위한 방탄 탄핵” “이 전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를 근본적으로 지워 버리려는 목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총장은 “피고인인 이 전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 와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이번 탄핵안을 ‘위헌·위법·사법 방해·보복·방탄’ 등 5가지로 규정하고 “단지 권력자를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 탄핵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는 문명사회에서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과연 ‘파면할 정도의 명백하고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실제 탄핵소추가 이뤄지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직무 정지를 통해 재판 지연 노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직무 정지 자체를 목적으로 한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는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의 무한 질주는 끝내 화를 부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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