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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4년 만에 깨진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원칙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6/19 [09:00]

[사설] 14년 만에 깨진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원칙

시대일보 | 입력 : 2024/06/19 [09:00]

[시대일보​]지난 2010년 도입된 더불어민주당 ‘당권·대권 분리 원칙’이 14년 만에 깨졌다. 민주당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규정한 현행 당헌에 예외를 두는 이른바 ‘이재명 맞춤형’ 당헌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이재명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승리하면 민주당 역사상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당 대표를 연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어기구 중앙위원회 부의장은 이날 민주당 중앙위원 559명 중 501명(89.62%)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 422명(84.2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는 79표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토론에서는 17명이 발언자로 나섰지만, 누구도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된 당헌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조항을 유지하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사실상 이 대표의 연임이 확정적인 상태여서 개정된 당헌에 따라 이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한 뒤 다음 해 3월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의 연임과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이재명 맞춤형 당헌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당 지도부는 대통령 궐위 등 특수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당헌 개정으로 지난 2010년 민주당이 ‘사당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당권·대권 분리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1년 당시 보궐선거에서 패한 새천년민주당은 천정배·신기남·정동영 등 개혁그룹을 중심으로 당의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했고 김 전 대통령이 당 총재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이후 2010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비주류 당권 주자들은 “당권·대권이 일체화되면 당은 1인 지배의 사당으로 전락한다”고 주장했고 당권·대권 분리 논쟁이 벌어지면서 ‘1년 전 사퇴’ 규정이 명문화됐다.

 

대권 주자가 당 대표를 연임하지 않는 것도 과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시대’ 이후 정착된 일종의 불문율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까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뒤로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 대표 연임 사례는 없었는데 이번 당헌 개정으로 이변이 없는 한,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당 대표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당헌 개정을 통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자동으로 정지하는 규정도 폐지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 공천하지 않는다는 규정마저도 폐지됐다. 이번 당헌 개정이 ‘이재명 맞춤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의 ‘일극(一極) 체제’의 마침표가 찍힌 셈이다.

 

민주당의 이번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3김 시대 이후 제왕적 총재 체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어렵사리 얻은 민주당의 당내 민주화마저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개정으로 ‘이재명을 위한 사당화’가 완성됨으로써 민주당 내에서 건강한 비판 세력이 발붙일 수 있는 토양마저도 사라지게 된 모양새다. 이 대표 연임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한 군데서도 나오지 않는 것이 민주당의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총선 압승을 계기로 이 대표의 ‘나 홀로 독주’ ‘나 홀로 지도체계’가 더욱 견고해져만 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를 바라보는 심정이 매우 우려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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