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1980년 12·12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보안사, 보안사 위에 여사(女史)’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여사’는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를 일컫는 것.
이 여사는 1981년 5월 28일 대청댐에 치어 방류 행사를 가졌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서 치어를 방류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 여사도 붕어 치어 수만 마리를 방류했다. 지역 기관장들과 공무원, 학생들이 동원되는 등 요란했다. 그전에도 이 여사가 블루길 치어를 방류했는데 이것이 우리 토종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바람에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하여 골칫거리가 된 바 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순자 붕어’라고 불렀다.
이 여사가 방류한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에 기념비도 세워졌다.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에 이 여사의 치어 방류 기념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언제, 누가 그것을 없앴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는 퍼스트레이디(영부인)는 그 당시에는 권력의 그늘에 잠시 반짝이지만 곧 사라지고 만다.
미국 역대 대통령 부인 중 제일 존경받는 사람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다.
엘리너 여사는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부터 여성운동, 인권운동을 활발히 했고 미국 대공황 때는 남편 루스벨트 대통령을 도와 실업자와 빈곤층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UN 인권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되어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그래도 대통령을 업고 너무 설쳤다는 비난을 받지 않고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음은 그의 진정성, 애국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가 1962년 11월 7일 세상을 떠났을 때도 미국은 ‘국가장’으로 최고의 예를 갖추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일찍부터 YMCA 활동을 통해 여성운동을 전개했고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의 동반자로 활약했다.
이 여사는 2002년 5월 UN 의장국 대한민국 대표로서 UN 총회에 참석했으며 기조연설도 했다. 그때 이 여사가 UN 참석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않고 일반 민항기를 이용한 일화는 유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는 ‘청와대의 야당’이라는 별명에 말해주듯, 대통령에게 국민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가 하면 한센병 환자 돕기 등 음지에 소외된 계층을 많이 보살펴 존경을 받았다.
요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방문에 대해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문제는 김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것과 4억 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 아니냐, 그리고 과연 처음부터 인도 정부가 김 여사 초청을 한 것인가 셀프 초청인가 등이다.
사실 이 문제는 문 전 대통령 재임 때도 시비가 벌어졌었는데 한동안 잠잠하다가 문 전 대통령이 최근 자서전을 발간하면서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을 ‘1인 외교’로 높게 평가하면서 다시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그런 데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우리나라 안동 하회마을 방문에 비견된다고 하여 너무 나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국가 원수이고 방한 시 정상회담도 있었는데 비유가 너무 오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1인 외교’니 ‘엘리자베스’니 하는 말들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이래저래 대통령 부인 역할이 대통령 못지않게 힘든 것 같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만 봐도 그걸 실감하게 된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야당은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요즘 시중에는 김정숙 여사, 김건희 여사, 그리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까지 ‘3김 여사 수난 시대’라는 말이 유행인 것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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