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명심이 곧 민심’이라던 추미애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후보 경선에서 예상외로 떨어졌다. 당초 박찬대 원내대표가 나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참여 의사를 밝혔던 친명 후보들을 교통정리 하는 등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 분위기가 강했던 탓에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선출된 것은 예상 밖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여러 분석이 난무하지만, 5선의 우 의원이 6선의 추 당선인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것은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에 대한 일종의 반감 표시로 해석된다. 국가 의전서열 6위인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 다음 서열인 국회의장을 낙점한다는 자체가 여러모로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내대표가 나서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서는 중진을 회유하는 미증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는데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대놓고 미는 후보가 탈락한 것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겪으며 사실상 이재명 당으로 변한 상황에서 일종의 반란으로도 보인다.
이 때문에 강성 친명 주류가 미는 후보가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제2의 수박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 대표의 당 대표 연임이 사실상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터에 터져 나온 반란 성격의 결과여서 더욱 분란이 이는 모양새다.
강성 친명 주류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를 두고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강성 당원들이 전날 의장 후보 선출 직후 당원 게시판과 이재명 대표 팬카페 등에 탈당 인증을 하는가 하면 투표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국회의장 후보를 두고 당원들이 나서서 ‘수박 논란’을 벌이는 상황도 문제거니와 이를 수습한답시고 대놓고 투표결과에 대해 미안하다고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22대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 의원은 이에 대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총선 당선자들의 판단과 당원을 분리하고 갈라치기 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장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중립’을 언급한 우 의원에 대해서도 강성 당원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은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헌법기관이고 국민의 대표다. 또한, 국회의장은 여야의 갈등상황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국회법으로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못 박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 추 당선인은 대놓고 중립 의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명심이 곧 당심이고 민심’이라는 낯부끄러운 발언도 했다. 제왕적 총재 시절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말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했다. 그런 점에서 ‘중립’을 사실상 거부했던 추 당선인보다 ‘중립’을 지키겠다는 우 의원이 자격 우위에 있음은 보편타당한 결과다.
이번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는 이 대표의 ‘일극 체제’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자, 추 당선인의 정치 행로에 대한 평가였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 강성 친명 지도부, 그리고 추 당선인 모두 오만함을 버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친명 체제로 재편된 민주당도 ‘명심’ 위주의 당과 국회 운영보다는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민의를 존중하는 겸양된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
극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팬덤 정치는 일반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는 많은 괴리를 갖고 있다. 또 지난 총선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대한 회초리 성격이 강했다. 의석수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였지만 득표율은 고작 5.4%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오만함에 대해선 언제고 민심의 회초리가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 협치를 바라는 많은 국민의 열망을 오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사설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