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감성 작전’이 정치를 좌우한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5/20 [10:24]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감성 작전’이 정치를 좌우한다

시대일보 | 입력 : 2024/05/20 [10:24]
본문이미지

▲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제가 등신이어서 가만히 있는 줄 아느냐?”

 

“xx년” “xx새끼들이”…

 

지난달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130분에 걸쳐 쏟아낸 기자회견장에서의 막말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기자회견이랄 것도 없는 원맨쇼였다. 그가 하이브로부터 오랫동안 어떻게 억울한 대우를 받았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인데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때로는 눈물을 보이며 거칠 것 없이 대중을 사로잡는 연기를 펼쳤다.

 

이날 그가 입은 8만 원대의 줄무늬 티셔츠, 3만 원대의 볼캡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MZ 세대를 주축으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화끈한 반응을 보였다.

 

회견이 끝난 뒤 풀영상, 패러디 영상 등의 조회수, 그리고 라이브를 본 수십만 명을 합치면 ‘민희진의 원맨쇼’가 수천만 뷰에 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렇게 대중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그의 솔직하고 거리낌 없이 토해내는 부르짖음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민희진은 압박을 받아온 거대한 하이브로부터 일단은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과연 이와 같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왜 대중은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이성적으로 따지지 않고 감성을 자극하면 환호하는 것일까?

 

민희진의 기자회견 후 쏟아진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 나쁜 짓 하는 인간들보다 인간적이다’, ‘속이 후련하다’는 등 댓글들이 시사하는 것 역시 민희진이 대중의 감성 전략이 먹혔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 4·10 총선거에서도 감성 전략이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나라 상위 10%가 전체 국민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경제불평등이 심각한 상태에서 많은 서민들은 심각한 물가고에 불만이 높았다.

 

직장인들은 치솟는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장바구니 물가에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계속 쌓여만 갔다.

 

이때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사건이 터졌고 민주당은 이것을 선거 호재로 200% 활용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유세장마다 대파를 들어 흔들며 ‘정권 심판’을 외친 것이다. 대파가 대중들의 감성에 정확히 불을 지른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대파가 국민의 힘이 얻게 될 국회의원 몇 자리는 날려버린 셈이다.

 

그렇게 선거도 백 마디 지역 공약보다 ‘감성 작전’ 한 가지만 제대로 가동시키면 성공하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3월 후원금 펀드 ‘파란불꽃 펀드’가 개설 54분 만에 200억 원을 돌파했다. 당초 목표했던 50억 원의 4배가 넘는 금액에 모두들 놀랐다.

 

뿐만 아니라 조국 대표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교도소 수감 2년에 영치금 2억 4,000만 원이 입금되었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조국 대표가 북콘서트를 열면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의 마지막 북콘서트에서는 10만 부가 팔릴 정도였다.

 

조국혁신당 후원금 펀드나 북콘서트가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는 데는 역시 ‘감성’이라는 기폭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본인은 물론 부인, 딸, 모든 가족이 검찰의 핍박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이렇듯 ‘감성 작전’은 핵폭탄급 위력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감성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