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3명과 공동 민간자문위원장 2명이 8일부터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영국과 스웨덴 출장을 떠나기로 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직접 살펴보겠다는 이유였는데 뜬금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오는 29일이면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고 이와 함께 연금특위 활동 시한도 끝나기 때문이다.
여야의 견해차가 워낙 커서 막판 대타협이 시급한 상황이고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최근 도출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을 확정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인데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지난 2년간의 특위 활동은 무위로 돌아가는 마당에 해외 출장을 계획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어이 상실이다.
그런가 하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당 의원 2명은 농산물 직불제와 산림 정책을 돌아본다며 최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고,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 2명도 한국의 보건 의료 지원 사업 현장을 살펴본다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위해 중남미와 미국을 도는 10박 15일짜리 출장에 나선 상태다. 여야 의원 5명을 포함해 수행원 10여 명을 대동했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도 국회 평화외교포럼 대표단 자격으로 동료 의원 5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일본 출장 중이다.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 상임위별로 떠나는 국회의원들의 관행과도 같은 무더기 해외 출장에 대한 여론은 따갑다. 매번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악습이다. 물론, 이들의 출장이 외유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러나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는 의원들까지도 출장 대열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는 것을 보면 ‘말년 휴가’ ‘마지막 배려’라는 일각의 비난도 타당해보인다.
지난 21대 국회는 여야의 정쟁이 어느 때보다 극심했고 불구대천지원수처럼 볼썽사납게 싸우는 모습도 숱하게 보였었다. 그런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좋게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외국으로 떠나는 모습이라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혈세 낭비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임기 막판 출장이 4·10 총선 이후에만 최소 15건이 잡혔는데 이 기간 동안 해외로 나가는 의원은 50명이 넘고, 국민의 피 같은 세금 20억 원이 쓰인다는 보도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위해 잡아 놓은 올해 예산은 역대 최대인 202억7600만 원이라고 한다.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21대 국회가 해외 출장은 단연 1등이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5830건이지만 처리된 건 36.6%인 9454건에 불과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대 국회의 36.4%와 대동소이(大同小異)다. 4년 임기 내내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해 정치혐오와 정치불신을 심어준 그들이 굳이 임기 막판에 뭘 배워오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회사무처가 “방문 목적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퇴짜를 놓은 출장 건도 여럿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무처에 막판 출장 신청이 쇄도하자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나 웬만하면 통과될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가로막힌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출장이 외유성이거나 방문 목적과는 다른 이유라는 방증 아니겠는가. 21대 국회의원들의 막판 무더기 해외출장은 염치도 없고 명분도 없는, 잘못된 관행의 답습일뿐이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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