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언니와 함께 토끼 따라 굴속에 들어간 앨리스가 몸이 벌레처럼 작아졌다가 다시 문을 열고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거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며 갖가지 만화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앨리스가 흘린 눈물이 물웅덩이가 되어 많은 동물들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마지막에는 여왕 앞에 나타나 여왕의 재판 방식에 대항하며 “너희는 가진 것이라고는 그저 카드 한 벌 뿐”이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카드에 그려진 주인공들이 일제히 일어나 공중에 솟구치는 바람에 앨리스는 꿈에서 깨어난다.
영국 루이스 캐럴이 1865년에 쓴 동화 판타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이다.
이것은 소설로 시작됐지만, 영화, 연극,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은 영국의 고전 문학으로까지 대우를 받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극을 보는 것 같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정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4·10 총선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1명도 내지 않은 조국혁신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에서 12명의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
그런데 지난주 조국혁신당은 초대 원내 대표로 황운하 의원을 선출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라는 송철호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는 소위 청와대 하명 수사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은 몸.
그런데도 21대 4년 임기를 다 채웠고 당적을 민주당에서 조국혁신당으로 옮겨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되었다. 여기서 1심 유죄가 유지된다 해도 대법원까지 가려면 22대 국회 임기를 다 채우게 될 것이니 기막힌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상한 나라’의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 더욱이 원내대표까지 되었으니 정답이 없다.
하긴 당 대표 조국 국회의원 당선자 역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입장.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이와 같이 실형을 받고 대법원판결만 남겨둔 상태다.
그러니까 당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실형을 받아 임기 중 실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어물어물 넘기다 보면 또 한 임기를 다 채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에 당 대표, 당 원내대표까지 겸하니 ‘이중 방탄복’으로 무장한 것 아니냐고 한다.
방탄복을 더욱 두텁게 입혀주려는 세력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로 활약하다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동아 변호사는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디 김 변호사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처럼 막강해진 국회 권력 앞에 사법부가 과연 얼마나 기를 발휘할까?
사실 재판 기일을 더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는 권한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덕을 본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에게 많이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된 윤미향 의원은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국회의원 임기를 다 채우게 됐다.
정치권의 코미디 같은 이야기는 또 있다. 지난해 5월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민주 연합에 몸을 옮겼다가 이번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다시 민주당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이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이야기가 한국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보고 있는 우리는 서글프고 안타깝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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