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아르헨티나 대통령궁 담벼락에는 정부를 비난하는 낙서가 많이 쓰여 있는데 그중에는 ‘모두가 도둑놈!’이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수년 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에 충청도 갑부 김갑순에 대한 것이 있었다. 그때 김갑순이 했다는 일본말 ‘민나 도르보데스’(모두가 도둑놈)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똑같은 말이 스페인어로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담벼락에도 등장한 것이다.
지난 2월 취임한 지 얼마 안 되는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의 급여를 월 923만 원으로 48% 셀프 인상을 하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한다.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지금까지의 진보 좌파 대통령에서 보수 우파로 기대를 모아 당선됐는데 자신이 급여를 자신의 손으로 대폭 인상시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세비를 30% 대폭 인상시켰다.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이처럼 세비 인상을 하는 데 표결 6초, 예산조치 마무리까지 50초, 초특급으로 통과시켰다는 것.
2013년에는 메넴 대통령이 무기 불법 수출로 뇌물을 받아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은 바 있고 대법원장도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지도자들이 국민의 불신을 받으니 대통령궁 담벼락에 ‘모두가 도둑놈!’이라는 낙서도 등장할 만하다.
특히 지금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700% 넘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었으며 식료품을 사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의 경우 앞에 있던 사람과 뒤에 있던 사람의 가격이 다를 만큼 분초 단위로 물가가 뛰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한때 세계 경제대국 5위에 있던 아르헨티나는 지금은 70위로 떨어졌고, 빈곤율은 56%에 달한다. 집 없는 도시 노숙자가 310만 명이나 되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200%가 넘는 실정.
그래서 쓰레기 매립장마다 먹을 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래도 번화가 한쪽에서는 찬란한 불빛 아래 호화로운 의상을 걸친 부자들이 탱고를 추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어쩌다 아르헨티나가 이렇게 추락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쌓인 포퓰리즘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포퓰리즘의 새로운 형태인 페로니즘이 그렇게 나라를 망쳤다는 것이다.
페로니즘은 페론 대통령 시절 그의 부인 에바 페론과 함께 국가소득의 분배, 기업의 국유화, 대대적인 구제사업, 무료 진료 등 대중영합주의를 실행한 데서 붙은 이름.
특히 그의 부인 에바 페론은 부유층에서 돈을 뜯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구호 활동을 전개했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룩한 천사’ 소리를 들을 만큼 인기가 높았고, 반면 부유층에서는 ‘천한 천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금도 꽃을 들고 에바 페론의 묘소를 참배하는 추모객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그러니 나라를 망친 페로니즘-포퓰리즘은 그 국민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것 아닐까?
그들에게 뿌린 사탕물이 당장에는 좋았으나 그 후손들에게는 독약이 되어 돌아왔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시절 400조에 이르는 빚을 늘려 지금은 1,100조 원에 이른다. 금년에 갚아야 할 이자만 29조 원이나 된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 1인당 25만 원 현금 지원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면 13조 원이나 되는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오히려 물가 인상을 가져오는 등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것이 지난 코로나 사태 때 재난지원금에서 증명이 되었는데도 이 대표는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밀어붙인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같은 것도 쌀값을 떠받치는 데 매년 1조 5,000억 원이 드는가 하면 이 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쌀이 남아도는 결과가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절대다수의 국회 입법권을 장악한 민주당이 앞으로 계속 이와 같은 선심성 법률을 만들어낼 것인데 그 엄청난 나랏빚을 훗날 어떻게 감당할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세계 경제대국 5위에서 70위로 추락한 아르헨티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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