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켰던 21대 국회에 이어 오는 5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도 이제껏 보지 못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예고되고 있다. 원 구성 협상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6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제1당 몫인 국회의장의 非 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통상 상호 견제 차원에서 국회의장을 차지하면 상대당에게 법제사법위원장을 배분하는 기존의 관례를 깨뜨릴 것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번 총선에서 당내 최다선인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장관은 역시 6선인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조 의원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강성 외곬 성향의 추 전 장관은 민주당 내 강성 친명 초선 의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국회의장이 유력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입법부 수장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에 추 전 장관이 오를 경우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돼 추 전 장관은 총선 전부터 6선에 성공하면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온 바 있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사회자이면서 여야 갈등의 최종 중재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국회법에선 국회의장은 탈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추 전 장관은 총선에서 승리해 6선 고지에 오르자 지난 11일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며 “중립이라면서 그냥 가만히 있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조정식(경기 시흥을) 당선인과 함께 당내 최다선인 까닭에 22대 국회 전반기 또는 후반기 국회의장이 유력시되는 상황과 관련, 진행자가 “국회의장은 탈당도 하고 중립적인 위치가 요구되는 자리다”고 하자 “계파가 좌파도 우파도 아니듯 국회의장도 당연히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가뜩이나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특검법으로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김건희 특검법도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더해 추 전 장관이 국회의장에 오를 경우, '추·윤 갈등' 2라운드는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하게 대립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이 높은 추 전 장관이 국회 운영에서도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전반기 국회의장 1순위로 추 전 장관이 꼽히는 이유다. 그간 국회의장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여야 갈등을 최종적으로 중재하는 역할이었다면, 추 전 장관이 국회의장에 오를 경우 전례 없는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상호 견제 차원에서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던 관례도 깨질 공산이 커졌다. 정청래·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국민의힘에 법제사법위원장을 절대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으며 김용민 의원도 “그게 총선 민심”이라고 강경한 입장이 분출되고 있다.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해봐야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법사위원장은 관례대로 2당이 맡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민주당의 강경한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원 구성 협상 난항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
국회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 속도를 조정할 수 있고 고위공직자 탄핵소추안에 대해선 ‘검사’인 소추위원도 맡는다. 법사위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60일 계류 후 본회의에 직회부하거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6개월을 넘기는 우회를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법사위원장이 갖는 권한도 매우 크다. 상호 견제 차원에서 제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총선 민의’를 앞세워 입법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고 나선다면 지난 21대 국회에서처럼 ‘입법폭주’로 인한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22대 국회는 전례 없는 난장판이 될 것이 뻔하다.
승자독식 구조인 ‘소선거구제’하에선 민주당이 전체 지역구 254석 중 63.4%인 161석을 얻었지만, 지역구 득표율에선 국민의힘에 5.4% 앞섰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결과는 ‘협치’를 통해 정치를 복원하라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독점하라는 것이 민의는 아닐 것이다.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처럼 입법독재를 강행하려 한다면 국회 파행으로 인한 책임은 오롯이 그들에게 향하게 될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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