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 엿새 만에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국정운영을 통해 보여준 독선과 오만의 국정 스타일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민심을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도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며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받아들여 국정운영에 적극 반영하려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비서실장을 곁에 두기를 권고한다.
취임 이후 불거진 윤핵관 논란과 지나친 당무 개입으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지난 2년여 시간을 내홍으로 보냈다. 윤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닌, 문재인 정권의 대항마로 만들어진 측면이 컸다. 그러다 보니 국정운영에 필요한 인사나 개혁적인 정책 결정 등에 전적으로 의지할 동지들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친윤 체제 지도부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대승의 일등 공신이었던 이준석 당 대표와의 불화 끝에 이 전 대표가 쫓겨나는 모습도 연출됐다.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관계는 위태위태했었지만, 이 전 대표의 처리 문제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였다.
물론, 이 전 대표의 신랄한 비판이나 SNS를 통한 저격 등은 절대적인 상명하복 체제에서 오랜 검사로 봉직해 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행태였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란 99가지가 달라도 1가지에서만 뜻을 같이해도 동지가 될 수 있는 특이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권 재창출이란 명제 아래 모인 집권여당의 당정관계에서도 정치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라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시절 내내 삐걱거리는 당정관계는 결국, 이 전 대표의 탈당으로 막을 내렸고 대중은 윤 대통령이 정치는 안 하고 수사만 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됐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보여 온 국정운영은 법과 원칙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국민감정과는 유리(遊離)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문 정권 시절 공정과 정의가 짓밟히는 내로남불을 겪어 왔던 국민들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심판했던 것은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오만과 내로남불이 주된 이유였다. 법과 원칙에 입각해 신속한 수사와 기소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관련한 피의사실이 사법적 판단을 받았다면 좋았을 테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의 지연된 사법 정의로 국민들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수사를 주장하는 이 대표와 조 대표에게 동정 여론까지 일면서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친일파 프레임에 민주당발 검찰 개혁을 가로막기 위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남발하는 반개혁적 세력이라는 프레임의 덫에 걸려 지난 2년여를 보냈다.
이렇든 저렇든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을 강하게 질책했다. 인사 등 국정운영에서 공정과 정의를 보여달라는 의미이고, 반대의 주체가 명확한 개혁적 정책을 추진할 때는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통치행위를 하라는 의미다. 국민을 향한 이해와 설득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잔여 임기 3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국정운영을 한다면 정권연장은커녕 잔여 임기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할 만큼 위급하고 엄중한 상황이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비서실장을 선임하고 인사권·사정권을 행사하는 민정수석과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인 행사를 수행하고 관리하는 제2부속실 부활 등도 검토해볼 만하다.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고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길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는 국론을 하루속히 복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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