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했다. 범야권은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161석과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4석 등 175석을 비례대표 후보만 낸 조국혁신당이 12석 등 총 189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이 여당에 준 의석은 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8석 등 108석에 불과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와 개헌안 국민투표 부의 저지선인 100석을 가까스로 지켜낸 수준이다.
가뜩이나 권력 누수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 일부만 이탈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거부권마저 무력해지는 상황에 처했다. 자력으로 국정과제를 입법화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여야관계의 재구축과 여당의 동요를 막는 것이 윤 대통령의 당면과제가 됐다.
가까스로 당선된 의원들도, 석패(惜敗)한 후보들도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을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민심의 풍향계라고 볼 수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크게 밀린 것을 두고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부터 터져 나온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국정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던 시점에 선거 중반 터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의대 정원 문제로 의정갈등을 촉발시킨 대통령실의 정무 감각이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참패를 불러왔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결국, 이번 총선 참패의 원인은 윤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에 대한 민심의 냉엄한 심판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당장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이 야권에 쥐어진 이상 윤석열 정부의 국정 추진 동력은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임대차보호법, 양곡관리법 등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는 일상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윤 정부가 24차례 민생토론회를 통해 밝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부가가치세 5% 인하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은 험난한 벽에 부닥치게 됐다. 메가시티 서울 구상,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 등도 사실상 거야의 동의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결국, 국정 기조와 스타일의 전면적인 개편과 함께 야당과의 정책 공조 없이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힘들어진 상황에 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대대적인 당정의 면모 변화를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및 수석급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밝혔다.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 온 독선과 오만의 국정 기조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한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국정 난맥상을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결단이 요구된다.
단독 과반을 크게 넘어서 무소불위의 주도권을 쥐게 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 그 이유는 민주당의 승리가 스스로 잘해서라기보다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비명횡사’와 같은 최악의 공천 파동과 일부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컸다는 점에서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난 21대 국회처럼 입법권을 쥔 민주당이 입법 독주로 정부·여당과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면 총선 민의를 거스르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교육·연금·노동·의료 개혁 등 나라의 미래와 민생에 직결된 개혁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만큼 정부·여당은 협치를, 거야도 일방통행식 입법 폭주에 대한 절제를 통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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