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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도 넘은’ 공천갈등에 明·文 찢어지나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2/29 [09:00]

[사설] 민주당 ‘도 넘은’ 공천갈등에 明·文 찢어지나

시대일보 | 입력 : 2024/02/29 [09:00]

[시대일보]4·10 국회의원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을 둘러싸고 친명과 비명 간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미 심리적 분당사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비명계의 탈당도 줄을 잇고 있어 민주당의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가 27일 오는 4월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구갑에 출마하려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컷오프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면서 계파 간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임 전 실장이 컷오프된 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도부에서 전격 사퇴했다. 고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갈등 국면을 잠재워야 한다고 했으나 돌아온 답은 물러나라는 것”이었다며 “(공천이) 불공정하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친문계 등 비명계의 성토가 이어졌다. 세 시간가량 진행된 의총에서는 공천 심사과정에 대한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봇물을 이뤘다. 비명계 중진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 면전에서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 남의 가죽을 벗기면 손에 피칠갑을 하게 된다”고 직격했다. 홍 의원은 각종 공천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심사를 총괄 관리하는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사무부총장을 향한 사퇴 요구도 터져 나왔다. 22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모든 갈등을 책임지고 수습하기 위해 조 사무총장과 김 사무부총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의 탈당도 줄을 이었다. 동교동계 막내 설훈(4선·경기 부천을) 의원은 28일 “이제 민주당에는 김대중의 가치, 노무현의 정신이 모두 사라졌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전날 비명계 박영순(초선·대전 대덕) 의원도 이날 ‘현역의원 하위 10%’ 평가를 받은 데 반발해 탈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고 선언했다. 설 의원과 박 의원의 탈당으로 앞서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김영주 국회 부의장과 서울 동작을 공천에서 배제된 이수진 의원에 이어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의원은 모두 4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를 수습해야 할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리더십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밤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불공정 논란을 빚은 여론조사의 후속 대책, 공천 공정성 시비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임 전 실장의 서울 중·성동구갑 공천 배제를 기점으로 이해찬 상임고문도 이 대표와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는 후문이다. 이 고문은 임 전 실장의 서울 성동갑 공천이 이슈가 된 이달 초부터 이 대표에게 임 전 실장의 공천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임 전 실장에 대한 컷오프가 결정되면서 이 고문이 강한 실망감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남았던 이 고문과의 관계마저 꼬이면서 이 대표와 당 원로그룹과의 관계는 단절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 원로인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강창일 전 주일대사 등 4명은 지난 22일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 공천 행태는 당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면서 비판했고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책임을 물었다.

 

당 원로들의 비판은 친문 지지층의 이탈과 친 민주당 성향 중도층의 지지도 하락을 우려하는 고언이었지만, 이 대표는 이마저도 일축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의 총선 결과보다 과연 친명 위주로 당을 재편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이 대표가 최근 당의 지지도 급락에 대해 어떤 상황 인식을 갖고 있는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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