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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대병원 전원(傳院) 과정’ 둘러싼 지역의료계 비난, 타당하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1/08 [09:00]

[사설] ‘서울대병원 전원(傳院) 과정’ 둘러싼 지역의료계 비난, 타당하다.

시대일보 | 입력 : 2024/01/08 [09:00]

[시대일보​]표리부동(表裏不同). 겉과 속이 다름을 일컫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의료계로부터 표리부동하다는 비난으로 궁지에 몰렸다. 지난 2일 흉기 피습 사건으로 병상에 누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정치테러로 병상에 누워 있는데 의료계가 일제히 이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단은 이렇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대표는 지난 2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아 현황을 둘러 보고 차량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119 헬기를 타고 부산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긴급 후송됐다.

 

그런데 당초 목 내경정맥(internal jugular vein) 손상을 입어 위급한 상태로 알려졌던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을 패싱하고 다시 119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과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국내 최고의 권역 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했어야 했고, 목을 찔린 응급환자가 5시간이 넘어서야 450Km나 떨어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을 정도였다면 응급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지역의료계를 패싱하는 ‘닥터 쇼핑’과 119 헬기 ‘황제 이송’이 논란이 됐다.

 

여기에 더해 서울대병원 전원 결정 주체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민주당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때아닌 진실 공방과 함께 의료계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의료계가 공분(公憤)하고 있는 이유는 민주당이 최근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며 지역의사제·지방공공의대를 입법 추진해놓고도 막상 당 대표와 민주당이 지방 의료를 무시하는 처사때문이다. 의료계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처사를 두고 전형적인 내로남불, 표리부동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지역 의료계에서 촉발된 서울대병원 전원과정 논란은 이후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진보의 심장이라고 일컫는 광주지역의료계까지 나서 이 대표와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자세를 비난하고 나선 까닭에 애초에 부산지역의료계 반발 성명 당시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지은 민주당도 곤혹스러움에 처했다는 후문이다.

 

응급상황인 제1야당 대표가 최종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의 수술을 패싱하고 헬기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과정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지방 의료에 대한 불신을 더 키웠다는 것이 지역 의료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부족 해결책으로 ‘지역 의사제’ ‘지방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 민주당 스스로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 하고,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증명한 것”이라는 부산시의사회 성명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이 반박할 논거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정치가 응급의료체계를 망쳤다는 의료계의 비난을 허투루 들어서도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흑서의 공저자인 단국대 의대 서민 교수는 최근 한 시사주간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지난 2021년 11월 이 대표가 낙상으로 얼굴이 찢어진 부인 김혜경 씨를 데리고 간 곳은 그가 치적으로 내세웠던 공공의료기관인 성남시의료원이 아닌,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실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재명의 아들은 2021년 6월, 자기 집에서 50킬로 떨어진, 고양시의 명지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2일, 괴한의 칼에 목을 찔린 이재명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는 대신, 응급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갔다”라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지역의사제 도입과 지방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지방의료제계 붕괴를 막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이 대표 일가의 표리부동이 극에 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 물론, 지역의료계와 마찬가지로 비난과는 별개로 이 대표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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